06 Apr, 2009

사무실 분위기는 무엇이 좌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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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하지 않는 우편물을 발송할 때 애용하는 두 우체국이 있다.
한 우체국은 아주 친절한데, 회사에서 집과 반대편이라 퇴근길에는 발송하러가기 꺼려진다.
다른 우체국은 집 근처고, 거래처의 업무까지 겸할 수 있어 자주 찾게 된다.
근데 대기표를 뽑아들고 계속 멍 때리며 쳐다봐도 좀처럼 ‘띵~동~’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우편담당 남녀 각 1명과 업무를 보조하는 경비원 모두가 서로 미루는 분위기랄까.

거래처 업무를 마치고 미루는 우체국을 향하던 어느 날.
평소의 2배 정도 되는 우편물에다, 등기도 많고 회사 봉투에 찍힌 소인이 친절우체국으로 바뀌어 마음이 더욱 무거웠다.
우편스티커를 일일이 붙여야 하니 얼마나 짜증난 표정을 지을까.
3명 중 내 우편물 더미를 받게되는 직원의 얼굴을 대면할 용기가 없었다.

살그머니 들어가 눈을 찔끔 감고 대기표를 조심스레 뽑았다.
 ‘띵~동~’,  ‘띵~동~’
 ‘허걱~, 이 속도감있는 멜로디는??’
등기와 일반 우편물을 데스크에 쌓아 올렸다.
여직원이 바뀌었나 보다.
 ‘이건 등기로 해주시고요, 이건 일반 OOO통이예요.’

우편스티커 OOO장이 출력되고 있었다. ‘띠리리~리리리~’
순간 여직원 오른편 남직원이 일어나서 OOO통의 우편물에 스티커를 붙이는 게 아닌가.
그 사이 여직원은 등기우편의 주소를 타이핑한 후 영수증을 내밀었다.
 ‘감사 받을 때 문제가 될 것 같아서 그런데요, 일반하고 등기하고 한 영수증에 해주실래요?’
갑자기 멍~해진 여직원. 초보인가 보다.
이때 왼편 남직원이 벌떡 일어나 여직원 키보드를 두드리며 영수증을 출력했다.
 ‘이렇게 하시면 돼요~^^’라고 말하며 제 자리에 앉는다.
예전엔 번호표 들고 멍~때렸던 나, 영수증 들고 멍~해졌다.
정신 가다듬고 여직원을 살폈다.
멍~한듯 하면서도 예뻐 보이는 구석이 있었다.

얼마전 회사 봉투 소인이 긴급우체국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거래처 업무 후 미뤘던 우체국에 우편물을 건넸는데, 오른편 남직원이 묻는다.
 ‘긴급우체국으로 자주 가시죠?’
 ‘아니요? 여기 아니면 친절우체국을 애용하는데요?’
 ‘예전엔 자주 안 오신 것 같은데?’ 왼편 남직원의 말이다.

남직원들은 몇 퍼센트의 어떤 마음들로 이런 말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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