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Oct, 2014

참여하지 않는 청춘아, 뭐하니?

머시라고 조회 수 13104 추천 수 0 목록

후배사랑으로 3년째 강연해주신 선배님과 행사 후 뒤풀이를 마친 밤.

아침에 출근해야 하는 새벽 4시가 넘어가는데 나의 짜증은 당최 가라앉지 않는다.

노래 가사처럼 ‘♬내일이면 잊으리, 꼭 잊으리~’ 할건데, 괜한 헛고생일까.


"학교나 학과(부)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청춘아, 뭐하니?"


여유가 그렇게 없는 걸까?

우선순위가 있을 테고 사정들도 다양하겠지만, 참여 저조는 비단 일정이나 시간적 문제가 아닌 듯 보인다.

학생이 갈망하는 프로그램 기획에 대한 고민도 끊임없어야겠지만, 무턱대고 그쪽으로만 치우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설사 많은 학생의 바람을 수렴한 행사라도 그것이 높은 비율의 참여율을 보장하지도 않는 것 같다.


내 손에 든 음식 주라고 야옹치는 주차장 고양이 말고는 모두 잠든 것 같은 달빛 아래, 집에 도착해 짜증을 씻고 누웠다가 깜짝 놀랐다.

베갯잇이 새로 바뀌어 있었다.

드러누운 내 머리는 "씻었어도 짜증은 잘 씻기지 않는다.”를 되뇌고 있는데,

새 베갯잇의 향기가 나를 현혹한다.

메말라 갈라진 땅에 엉덩방아 찧는 촉촉 이슬처럼, 기분 좋은 관심으로 위로를 건넨다.


짜증나는데 행복한 기분이 들면 어쩌란 말인가. 짜증에게 어떻게 의리를 지킬까.

꼬장꼬장한 성깔은 향긋한 이놈의 베갯잇이 불편해 나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

내 짜증은 위증하다 발각이 난 듯, 새 베갯잇에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교육목표를 향한 지도방향에 학생들을 어떻게 유혹해 참여시킬 수 있을까.

갖은 술수로 꾀어내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는 걸까.

극한 대립 같은 괴리를 완화시킬 솜사탕은 없는 것일까. 

 

전 직장 상사님께서 예순여덟 평생 길에 많고 많은 말씀 중에 내게 주신 한 마디.

나흘 뒤에 뵙기에 만나서 하셔도 될 것 같은데, “급하면 체하고,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당부하신 통화 말씀이 자꾸 되새겨진다.

무관심 쪽으로 선회하여 좀 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 실마리가 보일까.

못 생긴 나무가 숲을 지킨다고도 하는데, 밑동 잘린 나무를 지나던 추모와 애정의 손길을 기억하며 유야무야 지내는 것이 좋을까.


나의 행사 마케팅 실패를 학생들의 자세 탓으로 자꾸 다독이는 밤. 신문배달 오토바이가 굉음으로 새벽을 가른다.

List of Articles
번호
206 봄비가 꽃잎을 떨어뜨렸고, 미세먼지를 씻어냈다. file 머시라고 2019-03-18 638
205 내 젊은 날의 초상은 지금도 계속된다 file 머시라고 2018-03-14 3154
204 혹한의 겨울 지나 꽃피는 춘삼월을 향해 file 머시라고 2018-03-04 10925
203 모임대표 시작 인사. (사직 인사 안쓰길) 머시라고 2018-01-16 14435
202 이사 file 머시라고 2017-10-07 2863
201 쫓겨난 파마머리 머시라고 2017-09-18 10679
200 그 누가 마늘 값을 비싸다고 하는가 file 머시라고 2017-06-18 13258
199 마당쓸땐 짓꿎은 바람. file 머시라고 2017-06-16 16778
198 마늘 줄기의 꿈 file 머시라고 2017-06-16 18640
197 햇살이 좋아서 file 머시라고 2017-06-16 35133
196 잘 자라길 걱정한척, 잘 커도 귀찮을걸. file 머시라고 2017-06-16 20110
195 우리민주 응원한다 file 머시라고 2017-06-16 12792
194 네가 시방 앉은 자리가 꽃자리 file 머시라고 2016-09-27 28031
193 너무 두려워하며 살았나 file 머시라고 2016-09-27 12341
192 Can I help you 한 적 없다. 머시라고 2016-05-16 28516
191 체면 방어선 머시라고 2016-03-03 19535
190 아빠엄마~ㅋ 머시라고 2016-02-25 3496
189 아버지 20주기 머시라고 2016-02-22 12925
188 전남대학교 공과대학 2014 우수조교상 수상 file [1] 머시라고 2015-01-18 15520
» 참여하지 않는 청춘아, 뭐하니? 머시라고 2014-10-22 13104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