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Jun, 2017

마늘 줄기의 꿈

머시라고 조회 수 18640 추천 수 0 목록

5. 28. 오후 10:45


더 늦으면 당길 때 줄기가 끊어져, 통마늘을 호미로 캐야한대서 뽑았다.
가뭄이 심해서인지 뿌리가 쉬이 땅과 작별하려 하지 않았다.
마늘 줄기 잡고 낚시하는 듯 신경전을 펼친다.
숨막히게 일하는 농부가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ㅋ

뽑힌 마늘 줄기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고 한다.
영양분은 뿌리 방향 마늘쪽들로 향하고, 줄기는 최후를 준비한다.
줄기는 노랗게 말라가고 마늘쪽은 통통해진다.
줄기는 언젠가 잘려 나간다.

줄기도 한 때 청운의 꿈이 있었다.
마늘종이 솟을 때만해도 한껏 멋부리기 일쑤였다.
뿌리로 집중하는 권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 자신했다.
마늘종은 한참 때 잘리거나 뽑힌다. 상실감은 어떠했을까.


pic20170528203845.jpg



List of Articles
번호 sort
226 나체촌 박찬민 2004-02-04 62918
225 2011 송년일기 머시라고 2012-01-01 54161
224 박찬, 3년 만에 박사학위 취득 file [2] 머시라고 2012-03-03 45705
223 새 직장에서 두 달째 [1] 머시라고 2011-04-28 35972
222 햇살이 좋아서 file 머시라고 2017-06-16 35133
221 나의 노이로제인가 [3] 머시라고 2005-02-16 32224
220 22개월 아기 젓가락질 A 22 month-old baby can use adult chopsticks very well(Go for picking up beans) file 머시라고 2013-09-05 32014
219 구본형 소장, <낯선 곳에서의 아침> 중에서 file 머시라고 2013-07-18 31435
218 고창군 청보리와 쭈꾸미데침 file 머시라고 2014-10-22 30900
217 휴일의 어버이날 1 머시라고 2011-05-11 30047
216 딸~! [5] 머시라고 2011-10-08 30017
215 2013 휴가, 즐거웠니? file 머시라고 2013-08-10 30010
214 아기에게 불러주는 청산별곡 [1] 머시라고 2011-12-18 29822
213 또 한 해, 일 년만의 지리산 file 머시라고 2013-07-17 29725
212 주객전도된 벌초의 하이라이트 file 머시라고 2012-09-08 29653
211 Can I help you 한 적 없다. 머시라고 2016-05-16 28516
210 아름다운 설거지 앱 file 머시라고 2013-08-11 28363
209 네가 시방 앉은 자리가 꽃자리 file 머시라고 2016-09-27 28031
208 새에게도 귀는 있다. 머시라고 2007-02-06 23850
207 2003/4/2 머시라고 2003-04-02 21854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