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May, 2011

휴일의 어버이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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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어버이날은 일요일이었다.
토요일 오전에 축구 몇 게임 뛰고 오후에 아내와 시골로 향하며 전화드렸다.
나 : 3시에 출발해요~.
어머니 : 올라고야~ 피곤할텐디.

어머니와 읍내에서 식사를 할까 했는데,
얼마전 모친(연동아짐)을 여읜 박찬대 형님네서 저녁을 초대했다.
어머니·아내·나는 찬대 형 내외분, 조카 재혁·재권과
대흥사 근처 식당에서 닭백숙을 먹었다.

찬대 형님과 오랜만에 즐겁게 술잔을 기울였는데
술잔마다 어머니와 형수님의 애정어린 눈총이 서려 있었다.
찬과 영철, 조카 희선의 불참이 못내 아쉬웠다.
저녁은 막내 영철이가 원격결재했는데
형수님께서 괜한 짓 했다며 서운해 하셨다.
돌아와 찬대 형님네서 차를 마시며 담화했다.

일요일, 어버이날.
자녀들이 낮에 도착하는 우황리아짐을 모셔 아침식사하고
준비해간 홍어와 과일을 집에 오신 마을 아짐들과 나눴다.
어머니는 막내네 회사에서 보내온 카네이션을
우황리아짐과 봉동아짐께 달아드리라고 하셨다.
회관에서 점심을 준비한다는 이장님의 목소리가 마을에 퍼졌다.

옆집 수정아짐네 냉장고가 들어오는 날이라고 한다.
지난 추석 이후 단독 800리터의 뿌듯함으로 지내오신 어머니는
840리터가 어디 있겠냐며 804리터겠지 하셨다.
그런데 검색해보니 두어달 전에 경쟁적으로 840과 850리터가 출시됐다.
지난 추석 전날에 미리 봐둔 냉장고가 있다고 읍내에 갔다가
점찍었던 냉장고 대신 타사의 800리터 앞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하셨던 어머니께
이 사실은 차마 말씀드리지 못했다. ㅋ

점심 무렵 읍내 누나네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 모시고 봄나들이 가자고 한다.
자녀가 내려오지 못한 어른들은 아침부터 밭으로 향했고
연세 지긋하신 분들과 일맛을 잃은 분들은 회관에 모이셨다.
이틀 휴일도 이러한데 어버이날 하루가 휴일이라면,
희비가 교차하는 이날의 시골은 섭섭한 풍경으로 도색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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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