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숙 : 지금 퇴근해요?
장필구 : 네.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허원숙 : 요즘 몇일동안 신경쓸 일들이 많았잖아요. 그래서 그래요.
장필구 : 좀 내버려두고 쉬지 그래요. 지쳐 보여요. 힘들어 보인다구.
허원숙 : 걱정하지 말아요.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챙기니까.
이 정도로 주저앉을 허원숙이 아니예요.
장필구 : 허원장!
허원숙 : 위로하고 싶거든 당신 제자한테나 가서 해요.
그 스승에 그 제자라더니 마음 약해 빠진건 당신을 그대로 닮았더군요.
장필구 : 옳은 길을 가려고 애쓰는 거예요.
허원숙 : 옳은 길? 이봐요, 장필구씨.
이 세상에 옳은 길이란 건 없어요.
이 세상에 정의가 있다면 그건 바로 돈과 힘 때문이라고.
세상 사람들이 아무리 날 손가락질하고 비웃어도,
내가 이토록 버틸수 있었던 건, 바로 그 돈과 힘 때문이었다구요.
장필구 : 그래서, 얼마나 행복해졌소?
그 돈과 힘으로 당신과 당신 딸이 얼마나 행복해졌냐고?
허원숙 : 적어도 무시는 안당하고 살아요.
아무도 나를 함부로 깔보지 못한다고. 그러면 된거 아니야?
장필구 : 그게 인생의 전부가 아니잖아.
허원숙 : 됐어요. 그만해요. 관둡시다.
당신한테서 그딴 설교 듣고 싶지 않다고.
장필구 : 원숙아!
힘들면 힘들다고 하는거야.
쉬고 싶으면 가끔은 다른 사람한테 좀 기대도 되는거야.
허점 좀 보이면 어때.
약점 좀 보이면 어때.
너나 나나 어차피 다 똑같은 사람들인걸.
허원숙 : 흐음~. 아니, 난 달라. 난 허원숙이야. 다르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