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평 : 그동안 생각해 보았느냐?
서동 : 우선 감사드립니다.
좌평 : 내게 감사한다.
서동 : 좌평 어른께서는 아직 어리고 혈기방자 했던 제게 크나큰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철저하게 무력감을 느낀 적이 없었습니다.
왜 어머님이 죽고
왜 도주를 해서 살아야 하며
왜 아무 여인이나 사귈수 없고,
또 왜 그 여인 하나도 지키지 못한 채
일어나는 상황들에 내가 휘둘려 살아야 했었는지 궁금했습니다.
헌데, 좌평어른께서 가르쳐주셨습니다.
힘이 없어서였습니다.
힘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아주 작은 일이라도 힘이 있어야겠습니다.
좌평 : 너 같은 놈이 힘이 있으려면 주인이 있어야지.
네게 힘을 주마.
나를 섬겨라.
서동 : 장군님은 아닙니다.
장군님은 안됩니다.
사람에게 패배감과 무력감을 안기는 분은 안됩니다.
그런 방법으로는 무기는 얻으실 수 있으나 사람은 얻으실 수 없습니다.
그동안 주신 그런 큰 깨달음에도 전 여전히 장군님의 무기는 될 수 없습니다.
그 말씀을 드리려 뵙자 하였습니다.
죽이십시오!
제겐 (그 어떠한 것에도) 단 한톨의 미련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것이 옥사에 있는 동안 깨달은 두번째 것입니다.
죽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