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Mar, 2009

장이지 - 용문객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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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문객잔
        -Splendid Hotel


  국경의 남쪽, 사막의 한가운데 용문객잔이 있다고
  사막 바깥의 사람들은 말합니다 -

  사막의 大商들이 지친 몸을 쉬어 가는 곳
  용문객잔에서 나는 당신과 함께 있었습니다
  방랑자들이 모래폭풍을 피해 들어와 헤진 감발을 푸는 곳
  용문객잔에서 나는 당신과 함께 있었습니다
  양고기와 만두와 모주, 도망자들의 왁자지껄,
  상인들의 흥청망청, 짐꾼들의 鄕愁가 두런거리는 곳
  용문객잔에서 나는 당신과 함께 있었습니다

  네가 생각하는 것이 진짜 용문객잔일까?
  그것이 존재하기는 했을까?
  대사막에 바람이 일고
  달과 나는 당신 이야기를 듣고 있었지요
  용문객잔에서 나는 당신과 함께 있었습니다

  사막의 밤은 유난히 깊고 춥고 허전합니다
  砂丘 저편 어딘가에 별똥별이 떨어졌다고
  어린 왕자는 비행기 조종사를 만날 것이고
  모르페우스의 流砂 주머니 속에서
  장미의 꿈을 꿀 것이라고
  재칼의 긴 울부짖음이 알려 주었습니다
  거기서 재칼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바람이 불고 동편으로부터 미명이 번지고 있었습니다

  大商들은 낙타를 타고 떠났습니다 그리고
  용문객잔이 황금빛 침묵 위로 투명하게 세워졌습니다
  냄새도 없고 소리도 없으며 그림자도 없이,
  거기서 나는 당신과 함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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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것이 정말 용문객잔이었을까요.
한바탕 꿈..

어쩌면 '용문객잔'은 이 땅에 나그네로서 거쳐가는 우리 모습같이 느껴집니다.
어떤 꿈이라도 꿀 수 있을 정도의 백지, 아무 것도 없음.
아니, 오히려 꿈을 꿀 수 밖에 없었노라고 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문 밖은 모래바람이어서, 어제와 오늘이 달라지게 흩어졌다 몰렸다 하는
사구沙丘 의 모습이 바로 발붙이고 살아가는 불특정 다면성의 이 세상 같습니다.
어제의 진실이 오늘 허구로 변하는 그것이 말이지요.

사막의 밤은 유난히 깊고 춥고 허전하여, 사람들은 몰려앉아 이야기를 듣길 좋아합니다.
그 짧은 순간만은 저 모래언덕 건너편에 있다는 오아시스도 썩 믿음직스럽게
느껴지고, 타클라마칸호수가 일렁이며 일어나 덤벼들다가  금빛 모래가루 포말로
쏟아져 주저앉는 모습을 내 눈으로 본 듯도 할 것 같고.. 안타까와지는 마음.
그런 이야기에 기대어 얼어붙도록 차가운 이 밤기운을 달래줄 수 있을테니까,
적어도 오늘밤만은.

내일이면 모두 문 밖으로 나가 흩어져 제 갈 길로 가겠지요.
칼칼하고 따가운 모래바람 속에 날아가지 않도록 모자를 꼭 붙들고 터벅터벅
걸어갈 겁니다.
내일 밤의 꿈은 우리 몫이 아닙니다.
또 그렇게 다른 얼굴의 우리가 모이고, 밤을 지새고, 꿈을 꿀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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