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Feb, 2009

복효근 - 가시나무엔 가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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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시나무엔 가시가 없다

참나무과에 속하는 가시나무엔 가시가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가시나무라 불리게 했을까 청어처럼 몸속에 수많은 가시를 감추고라도 있을까 아주 먼먼 옛날 사람들이 가시나무라 이름붙일 적엔 가시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무성하게 몸을 덮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것은 가시를 없앴거나 몸속에 감춘 것이 분명한데  아마 이름 속에 남아있는 가시의 흔적을 지우느라 오랜 세월 밤낮 하늘을 우러러 스스로 벌서며 아무도 이 가시에 다치지 마라 상하지 마라 기도를 해서 가시 대신 땀방울 같은 커다란 눈물방울 같은 도토리가 열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새가 되었든 다람쥐가 되었든 사람이 되었든 후드득 제 열매를 뿌려주며 지옥을 천국으로 견디는 오오랜 가르침을 실행하느라 참나무과에 속하는 가시나무엔 가시가 없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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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외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가시나무는 참나무과에 속하며 겨울에 늘 푸른 큰키나무이다.  한국의 진도와
제주도에 자생한다. 다 자라면 높이가 20 미터, 지름은 1 미터 정도이다.
잎은 긴 타원형으로 끝이 뾰족하고 위쪽 가장자리에만 뾰족한 톱니가 있다.

꽃은 4월에 피는데, 수꽃이삭은 전해에 난 가지에서 밑으로 처져 달리고, 그보다 짧은
암꽃이삭은 새로 생긴 가지에 곧게 서서 달린다.  
10월에 익는 열매는 견과로, '가시'라고 하며 뚜껑처럼 생긴 각두(깍정이)가 열매를
1/3~1/2 정도 감싸고 있다. 각두에 줄이 6~9개 있다.
바닷가에 방풍림으로 심거나 관상수로 재배하며, 열매를 먹는다.  

<가시나무의 설명과 사진, 위키백과에서 발췌>


무엇을 어쩌자는 것은 아니고, 이 서로 상치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두 글을 그냥 나란히
놓아보았습니다.
앞 선 글은 시인과 촌장의 하덕규님이 곡을 만들고 불렀고, 후에 조성모님에 의해
리바이벌되었던 '가시나무' 라는 곡의 노랫말입니다.
그러나, 아랫글, 위키백과에 의한다면 그 가사 속의 가시나무는 가시나무가 아닌,
가시덤불 정도로 표기되어야 하나봅니다.

사전에 어떻게 명기되어있던 간에 아무튼, 듣고 본 사람은 아무도 그 정의를 문제삼지
않고 노랫말을 이해하는 것 같았고, 나 역시 오랫동안 그 이해된 가사로 인해 부대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물론 아주 자유로와지지는 못했습니다.

내 마음에 품고 있는 이 가시들..
그동안 살아오면서 내 곁에 머무는 동안 나의 가시로 인해 찔리고 아파하다가 날아갔을..
사람들, 벗들..

오래 전에 읽은 콜린 맥컬로우의 '가시나무새'라는 책에서 보는 가시나무의 느낌은
조금 달랐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그 한 소리를 남기기 위해 그 새는 가시에 스스로의 가슴을 찌른다던,
하나의 절대적인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 사용되는 극단적인 도구였지요. 에밀레처럼,
붉은 바이올린의 부조띠처럼.

그런데, 오늘 복효근 시인의 글방에서 만난 '가시나무'의 가시는, 그러한 자신의 업보를
말갛게 씻어온 눈물겨운 발자취인지 모른다며 공감하고 위로를 나누고 싶은 눈치를
보입니다..

그리하여..
가시나무엔 가시가 없다, 가시나무엔 가시가 없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나의 가시도 그런 모습으로 승화될 수 있을까, 과연.
그런 안타까운 궁금증을 슬며시 품어보았더란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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