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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다
어떤 날은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막무가내로 올라간다
고비를 지나 비탈을 지나
상상봉에 다다르면
생각마다 다른 봉우리들 뭉클 솟아오른다
굽은 능선 위로
생각의 실마리들 날아다닌다
뭐였더라, 뭐였더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의 바람소리
生覺한다는 건
生을 깨닫는다는 것
생각하면 할수록 生은 오리무중이니
생각이 깊을수록 生은 첩첩산중이니
생각대로 쉬운 일은 세상에 없어
생각을 버려야 살 것 같은 날은
마음이 종일 벼랑으로 몰린다
생각을 버리면 안된다는 생각
생각만 하고 살 수는 없다는 생각
생각 때문에 밤새우고 생각 때문에 날이 밝는다
생각이 생각을 놓아주지 않는다
지독한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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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깊었던 날이 있었습니다.
출근을 하고 있었는데, 100미터 전방조차 아름아름하여, 쌀뜨물에 빠진 것 같았습니다.
복잡한 생각에 휩싸여, 도무지 결정을 할 방법은 보이지 않고, 방법의 실마리를 찾아 생각에
골똘하며 차를 몰고 있었습니다.
저 안개만 없었더라면, 이 생각을 가두고 있는 안개만 없었더라면,
조금이라도 앞 일을 알 수 있더라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인지 알 수 있더라면.
그리고.. 믿지 않았더라면.
오래 전에 나누어 준 호의가 나를 묶는 올무가 되었고, 다시 날선 칼이 되어 돌아온 후,
그 칼날을 잡는 것이 좋은지, 칼을 돌려 겨누는 것이 좋은지가 한없이 망서려져 잠을 이룰 수 없던 밤을 보내고, 내 머리속 만큼이나 뿌연 안개 속을 달려가면서, 이것이 생각을 위한 생각은 혹시 아닌가하고 헛웃음을 지었습니다.
생각을 버리면 안된다는 생각, 그리고 생각만 하고 살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지쳐버렸습니다.
생각을 안 하면 안될까. 선택을 안 하면 안될까.
생각은 다가올 후회를 덜기 위한 노력이고, 주변에 흩어놓은 자신의 조각들을 들어올려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있는 삶이라는 퍼즐녀석을 맞추는 단계입니다.
그래서 생각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먼 훗날, 오늘 했던 이 생각의 고통이 그래도 잘한 짓이었다고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