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May, 2007

문병란 - 돌멩이 (반들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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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병란 - 돌멩이

 

  반들반들하고 이쁜 돌멩이 하나

  내 품에 감추었어라

 

  심심할 땐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급할 땐 미운 놈 이마빡도 까주게

 

  나는 돌멩이 하나

  남몰래 감추었어라

 

  아 애증의 산하

  내 주먹을 어디다 둘꼬?

 

 

이제, 이틀 후면 이 피씨방하고도 작별을 하게 됩니다.

느닷없이, '라디오 스타'에서 박중훈님이 읊조리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첫 만남, 첫 눈, 첫 느낌..(한 번 더 봐야..라인이 지대로 기억이 나겠네요. ^^;;)

 

피씨방이란데 처음 발을 내딛고, 어찌해얄지를 몰라 카운터의 맘 좋아보이는 분에게

처음이니, 우째야는지 한 번만 갈쳐달라고 했습니다, 담부터는 잘 하겠따고.

그 분이 행여 "이..모이~?" 하며 옆눈으로라도 훑으면 민망지심에 달아날라고 그랬습니다..만

그런 내색없이 친절하게 자리 잡아 인터넷 켜주십니다. ^^

 

그렇게 시작되어 매일의 일상가운데 가장 즐거움으로 자리하던 이 피씨방의 기억은

돌아간 후에도 아주 오래도록 여운을 남길 것 같습니다..

 

바보같이, 문병란(文炳蘭)시인의 시를 여러 번 만났음에도..그 분이 남자분임을 처음 알고..

(하..하) 이름의 느낌으로 그냥 여시인이라 확신했던 이 섣부른 무지한 선입견을

무지무지 죄송스러워 하면서, 광주 구석구석을 누비며 사람사랑에 아파하던

시인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돌멩이의 파문은 일파만파입니다.

꽃피는 봄에서 듣던 돌멩이도 있었지만, 어쩌면 이리도 닮았는가.

쥔장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 등장하던 돌멩이가 휘리릭하며

직선으로 날아가 날카롭게 꽂히는 듯 했습니다.

이젠 반들반들 닳아, 애증 아닌 애정과 추억의 기념이 되었겠지 싶은 이쁜 돌멩이.

 

제 주머니에도 이쁜 돌멩이 하나 키우고 있습니다.

그 돌멩이는 추운 겨울날, 화로에 넣어뒀다가 주머니 속에서 언 손을 녹여주는

진~~짜 이쁜 돌멩이입니다.

주머니에 손을 넣을 때마다.. 잊지못할 기억으로 마음 녹여주는 이쁜 돌멩이입니다.

 

 

* 머시라고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5-2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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