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Apr, 2007

박영신 - 생각의 나무

보시리 조회 수 6883 추천 수 0 목록
□□□□□□□□□□□□□□□□□□□□□□□□□□□□□□□□□□□□□□

생각의 나무

생각에 잠겨서
가로수 그늘을 지나갔습니다
내가 머리로 생각하고 있을 때
나무는
이파리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내 생각의 가득함으로
햇빛이 스며들지 못하고 있을 때
나무는 벌거벗은 채 서 있었습니다

해마다 나는 생각의 나이를 먹어가고
그 무게를 알지도 못하고 걸었습니다
문득 다시 보니 나무는
생각 없이 그대로 생각이었습니다

깔깔한 내 그림자 밟고
온 몸에 주름지고 지나갈 때
곧게 뻗어 올라간 중심을 따라 유연하게 흐르는 줄기
낭창낭창하게 기쁜 몸이었습니다

나는 오늘도 내 생각 들키지 않게
가로수 옆을 지나갑니다


□□□□□□□□□□□□□□□□□□□□□□□□□□□□□□□□□□□□□□

기차는 7시에 떠나네..에서 신경숙님의 말을 빌자면 그렇습니다.
잊으려고 하지 말고 생각을 많이 하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면 잊을 수도 없다고.
무슨 일에든 바닥은 있는 법.
언젠가는 발이 거기에 닿을 것이고
그 때.. 탁~ 차고 솟아오르면 된다고.

그래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지치도록 많이 한 생각들이 진저리를 치며 소용돌이 칠 무렵
생각 없이도 주렁주렁 생각을 이파리로 매단 나무들이
안스러운 낯빛으로 내려다봅니다..

Let it gooo....
Set yourself freee..

서걱거리는 바람 사이로 들리는 나무의 조언들.
생각에 치이지 마라.
생각은 수관을 통해 물이 오르듯 그렇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거야.

어쩌면 그럴 겁니다.
과유불급이라셨으니.

밤이 늦었습니다..
전 생각없는 잠을 자러 갑니다. 지구를 부탁드립니다, ㅋㅎㅎㅎ..
List of Articles
번호
» 박영신 - 생각의 나무 보시리 2007-04-26 6883
109 신현득 - 칭찬 보시리 2007-04-20 7116
108 박상순 - 네가 가는 길이 더 멀고 외로우니 보시리 2007-04-19 13209
107 주근옥 - 그 해의 봄 file 보시리 2007-04-15 6158
106 박제영 - 가령과 설령 보시리 2007-04-10 12733
105 유지소 - 늪 보시리 2007-04-07 6063
104 나희덕 - 밥 생각 머시라고 2006-03-05 6844
103 이성복 - 그리운 입술 머시라고 2006-01-01 7848
102 안도현 - 그대에게 가는 길 머시라고 2005-12-24 8724
101 안도현 - 겨울 강가에서 머시라고 2005-11-04 7688
100 김옥림 - 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만남이고 싶다 [4] 머시라고 2005-06-23 22047
99 나희덕 - 오 분간 머시라고 2005-06-18 11807
98 박우복 - 들꽃 편지 file 보시리 2005-06-10 13330
97 류시화 - 나비 [2] 보시리 2005-05-20 8599
96 박노해 - 굽이 돌아가는 길 보시리 2005-05-14 16165
95 안도현 - 제비꽃에 대하여 [1] 보시리 2005-05-12 6787
94 도종환 - 우기 보시리 2005-05-09 19791
93 백석 - 멧새 소리 file 머시라고 2005-05-09 9569
92 류시화 - 패랭이 꽃 [4] 보시리 2005-05-08 12631
91 백석 - 나 취했노라 file [1] 머시라고 2005-04-26 13133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