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Feb, 2005

도종환 - 폐허 이후

머시라고 조회 수 10617 추천 수 0 목록
□□□□□□□□□□□□□□□□□□□□□□□□□□□□□□□□□□□□□□

폐허 이후

사막에서도 저를 버리지 않는 풀들이 있고
모든 것이 불타버린 숲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나무가 있다
화산재에 덮이고 용암에 녹은 산기슭에도
살아서 재를 털며 돌아오는 벌레와 짐승이 있다
내가 나를 버리면 거기 아무도 없지만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으면
어느 곳에서나 함께 있는 것들이 있다
돌무더기에 덮여 메말라버린 골짜기에
다시 물이 고이고 물줄기를 만들어 흘러간다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면

□□□□□□□□□□□□□□□□□□□□□□□□□□□□□□□□□□□□□□

어제 배우 이은주의 자살 소식으로 나라가 충격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인상 깊은 배우였는데, 아쉽다...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 발표 순간을 몇 번이고 되감아 보며,
그녀의 표정변화를 두고 비아냥거렸던 시간들이 죄스럽게 여겨진다.
조그만 상처에도 두려움에 떠는 내가

밑바닥에서 날마다 짓밟히며 사는 나는
그런 고통은 배부른 소리라 단정했었는데,
얼마나 힘든 시간들이었으면...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뭘까.
List of Articles
번호
90 황지우 - 너를 기다리는 동안 [12] 보시리 2005-04-21 59123
89 최옥 - 그대에게 닿는 법 보시리 2005-04-12 6213
88 안도현 - 겨울 강가에서 [1] 머시라고 2005-03-24 7064
87 이정하 -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1] 머시라고 2005-03-08 7289
86 안도현 - 눈 그친 산길을 걸으며 [1] 머시라고 2005-03-03 7417
85 남유정 - 마음도 풍경이라면 보시리 2005-02-27 6453
» 도종환 - 폐허 이후 머시라고 2005-02-23 10617
83 양애경 - 버스를 타고 돌아오며 보시리 2005-02-22 6515
82 고정희 - 사랑법 첫째.. [3] 보시리 2005-02-21 6860
81 고정희 - 상한 영혼을 위하여 [3] 보시리 2005-02-19 19968
80 정호승 - 봄길 [3] 보시리 2005-02-11 9862
79 정호승 - 물 위에 쓴 시 [1] 보시리 2005-02-05 6483
78 김남조 - 빗물 같은 정을 주리라 보시리 2005-02-02 14871
77 나희덕 - 비에도 그림자가 머시라고 2005-01-31 15808
76 도종환 - 담쟁이 [3] 보시리 2005-01-30 12861
75 도종환 -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들은 아름답다.. [3] 보시리 2005-01-25 15112
74 나희덕 - 입김 file 머시라고 2005-01-20 7073
73 김재진 - 너를 만나고 싶다 보시리 2005-01-18 6465
72 도종환 - 꽃다지 보시리 2005-01-15 6094
71 황동규 - 미명에.. 보시리 2005-01-13 10428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