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Jan, 2005

함석헌 - 그대는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보시리 조회 수 7429 추천 수 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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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릿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도
'저 맘이야..' 하고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런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의 세상 빛을 다하여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런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눈감을
그런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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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지 보내기 >

친구가 보고 싶다..

삭막하던 고 3 시절, 나를 구해준 절반의 크레딧은 그와 나눈 쪽지에 있었다.

밤 열시까지 자율학습 하고, 아침 6시 30분에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만나기
까지, 그 8시간 30분 동안에 집을 오가고, 먹고 자고,..글구..쪽지를 썼었다..

쪽지는..휴지거나,메모지거나, 안경 닦는 종이거나..껌 껍질..노트 한쪽..
펜으로 써지는 모든 소모성 스페이스라면 낙서 반 , 메모 반..투정 나머지..
를 써내렸다...뿐이랴.. 수업시간에 졸릴 때..쉬는 시간에 짬짬히.. 참으로
많은 쪽지들이 오갔었는데..

오후 5시가 되면 정확하게 우리는 매점 앞에서 한손에 우유팩, 다른 손으론
입 속으로 빵을 우겨 넣으며(^^~) 국기가 하강 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친구에게는 요술 가방이 하나 있었다.( 일명..보조 가방..)..-  없는 게 없어서.
샤프 심.. 30센치 자.., 과자.., 사과.. 과도(~!!).. 병따개(~!!)..손수건..비누
두통약..그리고 보온병에 미지근 해진 커피...
지금도 또렸하게 그 호피무늬의 가방을 기억한다..

아주 오랜 기간 떨어져 살아오지만, 그 친구는 아직도 내 곁에서 숨 쉬고 있다.
되돌아보니..공부 때문에 머리 터지던 기억 보다는.."또 쪽지 써야지이~"하는
기대감만 충만히 떠오른다..

우리가 친하게 붙어 다니던 것은 불과 6개월 이었다...
왠진 몰라도 우리의 번호는 키 순서 였고, 난 늘 그랬듯..27번 주변을 맴돌았고
키가 172 였던 친구는 젤 끝번호...76번을 받치고 있었다..노는 구역이 달랐다..
게다가..나는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 지독한 내향성( 얌전한 것과는 다른..
안으로만..안으로만 위축하던)  이어서, 누가 말 붙이기도 민망한 아이였고,
완벽한 표정관리로써,나의 부실함을 안 드러내려고 용을 쓰던 때였다.
반면에 그 친구는 번득이는 재치와 똑똑한 머리..특히 수학의 귀재에다 의사
아버님을 둔 부잣집 딸이었다..

여름 방학이 되기까지.. 이름 석자나 피차 알고 있는 정도였는데, 방학이
시작되고 보충수업이 진행 되는 동안 우연히 함께 하루를 보내고는.. 그만..
우린 찰떡처럼 붙어 다니게 되었다..해서..일명...고목나무에 매미...

친구는 조그만 꼬투리도 놓치는 일이 없이 깐족 깐족 날 놀려대었다..
한번도 쓸데없는 위로.., 입에 발린 칭찬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단 한번도 내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짧은 6개월 사이에
오래오래 묵은 나의열등감을 반으로  줄여준 은인이 되어주었다..
나의 삶에서 열정의 불을 뒤져 끄집어내어 불씨를 당겨 주었다..
내게 있어 오로지 그 아이에게 <인정 받는 것>만이 삶의 목표 였다..그때는.

우리 사이에 오갔던 셀 수 없이 많은 언어들...
친구가 보고싶다...

피에수..지금 내 짝궁도 내 은인이다..그 친구도 보고싶고, 낼 만날 것이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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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시라고

January 14, 2005

밤하늘 별빛이 유난히 반들반들하니 빛납니다..
그렇게 다른 밤보다 어둠이 짙고,, 확 트인 하늘인가 봅니다.
정말 상쾌하고 아름답습니다...
별빛도,,,, 우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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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