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Dec, 2004

안도현 - 서울로 가는 뱀

머시라고 조회 수 7771 추천 수 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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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가는 뱀

기어가는 것보다는
달려가는 게 낫겠다 싶어서 뱀은
풀숲에서 아스팔트로 주저없이 나왔다
똬리를 튼 검은 뱀들이
줄지어 바삐 서울로 굴러가고 있었다
뱀은 자신이 곡선으로 기어가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굴러가는 것들보다 더 빨리 서울로 가고 싶어서
일직선으로 몸을 뻗은 다음
뱀은 아스팔트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다시는 기어가지 않으리라, 뱀은 맹세했다
그러자 둥글고 길쭉하던 뱀은
금세 납작해졌다
(그렇다고 뱀이 죽었다, 라고 말하지 마라)
그때부터 뱀은 아스팔트를 힘껏 껴안았다
납작해진 뱀은 거무스름하게 변하면서
바닥에 달라붙어 아스팔트가
되어갔다

전국 곳곳에서 뱀들이 서울 쪽으로 간다
뱀의 등에 올라타고 나도 가끔은 서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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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좋은 곳으로 물 맞으러 가는 사람이
가는 길에 짓밟힌 뱀을 보았다면
발걸음을 되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곳에는
다시는 시원스럽게 물이 떨어지지 않는다.
(사.실.이.야? 진.짜.야?)

나는 너에게 간다.
전에 말했지만
너에게 가려고 강도 만들었다 ^^

바닥에 엎드려 아스팔트 힘껏 껴안아
아스팔트가 되어갔다
나는 항상 너에게로 간다.

사람들은 내 등에 올라타고 너에게 간다.
그들은 발걸음을 되돌려야 한다.
너에게로 가는 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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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 ㅅ ㄹ

December 28, 2004

근데요..
시 보다두..쥔장님의 붙이신 글이 더 어려워서..
지금 막..아~ 내가 조국을 너무 오래 떠나 있었나부다..
머릴 쥐어 뜯고 있는 데요...
물 맞으러가는 게 무슨 뜻인지 물어봐두 되나요..?
물이 안 떨어진다는 소리는 .. 비어(slang)인가요..?
그냥 말 그대루 비가 안 온다..이렇게 순진하게 이해 하나요..?
선문답..같거든요..? ^^;;;
이 화두로 저는 오늘 하루종일 ..괴로와(!^^;)해야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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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시라고

December 28, 2004

우선 죄송합니다... 제 붙인 글이 어려운 건,,
시덥잖은 비유로 쌩뚱맞은 표현을 해놓아서일 겝니다. ^^
물 맞으러가는 것에 대해 말씀 드리려 검색해 보았는데,, 찾기가 힘드네요...
하지만 괴로워하실까봐 우선 답합니다.

물 맞는 것은 작은 폭포수를 맞는다는 의미입니다. (나이아가라폭포에서면 죽겠죠?^^)
멀지않은 이삼십년 전으로 잠깐 돌아가보면 더운 여름, 땀띠가 많이 나잖아요? 그런데도
농어촌에서 다른 가족 구성원과 달리 여인(시어머니, 며느리, 처자 등)이라는 분들은 다들 잠든 시간에 부엌에 물받아놓고 목욕하는 방법 이외에 몸을 시원하게 해주는 뭔가가 없었고, 그도 채워지지 않는 시더움이었습니다. 그래서 일 년에 한번 가까운 계곡 중에 시원한 폭포가 있는 곳으로 물 맞으러(물놀이) 가는 날이 있죠. 같이 혹은 끼리끼리.. 물 맞고오면 땀띠없이 한여름 보낸다고 했거든요..

근데 "가는 길에 짓밟힌 뱀을 보았다면 발걸음을 되돌려야 한다"는 무슨 말이나믄요..
어떤 여자가 가는 길에 죽은 뱀을 보고 불길했으나 여념치 않고 물 맞으러 갔는데, 그날 그 폭포에서 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상하여 몇 여인이 근처 암자의 스님께 여쭈어보았습니다. 스님도 희한하여 폭포가 시작되는 곳으로 가보았는데, 깜짝 놀라 돌아와 하는 말인 즉, 폭포수의 물길을 큰구렁이 같은 뱀이 가로막아 산 뒤편으로 바꾸어 버렸다는 것이다.

근데, 제 생각에는 먼저 물놀이 다녀온 시어머니들이 며느리 물 맞으러 가는게 샘나 지어내고 수긍하며 미신처럼 떠받드는 이야기 같습니다. 신작로에 아스팔트가 깔리고 큰 차들이 오가면서 아스팔트가 되어간 뱀이 사방천지였거든요.. 나중에 또 그런 뱀 보고 물놀이 다녀왔는데 아무 이상없다더란 처자에게 이웃집 할머니가 이런 말을 합니다. "죽은 뱀이 어떻게 죽어 있드냐?" / "동그랗게요." / "시상에~ 다행인거~, 8자로 죽어있었으면 정말 큰 일날 뻔 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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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 ㅅ ㄹ

December 28, 2004

왜요..?
팔자를 누여 놓으면...영원..이라서인가?...죽는게 팔잔가?..죽으란 팔잔가..?
영원히 죽으란 팔잔가...?
아고~..오늘은 이렇게 하룰 시작 해야만 하능가..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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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 ㅅ ㄹ

December 28, 2004

아아~!!
그니까...대강 모든 뱀은 동그랗게 하구 죽나요?(자연사인 경우..?)
만약 일자루 죽어 있었다믄..아고 다행이다..동그랗지 않아서..별일이 없었든게여..
이런 건가..?
보통..농담풀이를 필요로하는 편이 아니뎀...이젠 삭나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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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시라고

December 28, 2004

아스팔트 위에 죽어있는 뱀들은
보통 깔릴 때의 순간과 깔린 부위의 순서성에 따라 죽는 모양이 그때그때 다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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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시라고

December 28, 2004

ㅂㅅㄹ님의 질문에 궁금한 게 엄청 많아졌어요.. 대충 알았던 것도 더 자세히 찾아보게되고..
제가 뱀을 엄청 두려워합니다.. 비겁?했던 일화도 많은데 참.. ㅋㅋ
자연사일 때 특정모양을 하고 죽는지는 모르겠구요.. 농담풀이하셔서 마음은 좀 풀리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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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 ㅅ ㄹ

December 28, 2004

지금...나우시카의 바로 그 장면이 나오네요..오무의 푸른 피에 젖어 쓰러진 나우시카를
오무떼가 치료해 준 후..장엄한 황금 융단 위로 걸어오는 ..전설의 그 장면...
에고~, 그리구 끝났넴..
근데..확실히..
뱀은 죽을 때의 순간과 상황에 따라..여러 형태로 죽는 모양이더군요...^^;;
저는..거의 모든 ..동물을 무서워 합니다..토끼도..보기엔 귀엽지만..못 만지구요..
귀뚜라미- 그, 왜..통통하구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애..기절 합니다..거미보다 무섭슴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집에 고양이가 있다는 사실은 ..거의 기적에 가깝습니다...
적응 기간 ..아아주~ 오래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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