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Apr, 2003

류시화 - 목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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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
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목련처럼
삶을 채 살아보기도 전에 나는
삶의 허무를 키웠다.
목련나무 줄기는 뿌리로부터 꽃물을 밀어올리고
나는 또 서러운 눈물을 땅에 심었다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모든것을 나는 버릴수 있었지만
차마 나를 버리진 못했다.

목련이 필 때쯤이면
내병은 습관적으로 깊어지고
꿈에서마저 나는 갈곳이 없었다
흰 새의 날개들이 나무를 떠나듯
그렇게 목련의 흰 꽃잎들이
내 마음을 지나 땅에 묻힐 때
삶이 허무한 것을 진작에 알았지만
나는 등을 돌리고 서서
푸르른 하늘에 또 눈물을 심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푸른숲, 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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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송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시 중에 하나다.

가 : 류시화가 시인이냐?
나 : 류시화씨 몰라요? 하늘호수로 떠난~
가 : 아는데, 류시화도 시인이냐고,,
나 :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이에 힘주고 입술은 벌리고 공기를 빨아들이면 나는 소리- 표현이 안됨)쓰~흐~?
나 : 글쎄요,,정치가 였나?
가 : 확!

예전에는 날밤새며 언쟁하드라도 그렇지 않다고 했을 텐데,,
요즘은 그냥~ 사람은 다양하니까요 ㅡ.ㅡ;

목련은 왜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울까?
잎에게
꽃이 먼저 피어 불만은 없는지,
늦게 돋아나는 것 때문에 손해보는 건 아닌지,,
말이 통해야 물어보든 말든 할텐데,,^^;

목련뿐만 아니라 진달래, 개나리 등
봄에 피는 꽃은 대체로 꽃이 잎보다 먼저 핀다고 한다.

봄의 햇살이 나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만큼의
충분한 광합성을 못 시켜주니까
따뜻해지면 잎이 돋아날려고 그런단다,,
습관이 그렇게 들어 버렸나?

삶은 채 살아보기도 전에 삶의 허무를 키웠다는 말,
어느 정도 살아봐야 좀 살아본 걸까?

허무라는 말은 결과에 빗대어 사용되는데
삶의 과정에서 왜 허무를 끄집어 들였을까?

과거와 고통이 함께 한다면
그것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인 것처럼

삶의 과정에 허무란
과정인지도 모르고
결과로 치부해버리려는 데서 오는 것일까?

아니면 결과에 이르렀을때
완성된 허무를 말하고 싶어서
허무를 키워내는 과정을 말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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