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Apr, 2003

정호승 - 또 기다리는 편지

머시라고 조회 수 8725 추천 수 0 목록
♣ 예전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내용입니다.

왜 이렇게 안 오지?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지금 저희 고객의 사서함으로 연결해 드리~@#$%$%
아~ 띱때끼. 전화도 안 받고~~~

우리는 너무 조급하게 살고 있는것 같다.
친구를 만날때도 그 친구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
항상 확인해야 초조함이 덜해진다.

내가 기다리는 시간이 손해보는 느낌으로 이어지고
짜증속에서 보상받을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늦게 온 친구가 미안하다며 다가오면
크게 '괜찮아~'하며
작게 '띱때끼야'를 외친다. ^^;

5일장이 설때마다 '다음 장날 보세~' 하며 만나던
아주 옛날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친구란 의미속에는 '기다림'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문득 친구가 늦게 올때,
친구가 자신의 위치를 잃어가며 헤메이고 있을때,
그가 빨리 오기를, 빨리 돌아오기를 기다려보며
이 시를 떠올린다.

사랑을 한다면 기다려야지...^^;

************************************************************


<또 기다리는 편지>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기슭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sort
170 황지우 - 너를 기다리는 동안 [12] 보시리 2005-04-21 59099
169 서안나 - 동백아가씨 보시리 2010-03-19 58244
168 이문재 - 노독 보시리 2010-02-28 55847
167 이문재 - 농담 [2] 보시리 2009-02-17 52888
166 정현종 - 방문객 file 보시리 2011-03-04 41639
165 황지우 -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file [11] 보시리 2008-04-26 33638
164 정호승 - 미안하다 file [4] 머시라고 2004-12-17 30328
163 김옥림 - 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만남이고 싶다 [4] 머시라고 2005-06-23 27181
162 도종환 - 우기 보시리 2005-05-09 25150
161 최원정 - 산수유 [2] 보시리 2010-03-13 24383
160 장이지 - 용문객잔 file 보시리 2009-03-22 21017
159 고정희 - 상한 영혼을 위하여 [3] 보시리 2005-02-19 19968
158 박제영 - 거시기 보시리 2010-03-20 19809
157 박노해 - 굽이 돌아가는 길 보시리 2005-05-14 18892
156 이정하 - 사랑의 우화 머시라고 2003-04-09 17549
155 원태연 -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머시라고 2003-04-02 17273
154 유재두 - 풀은 풀이라고 불렀으면 file 보시리 2011-10-24 17114
153 정호승 -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file [1] 머시라고 2004-04-03 17024
152 예이츠 - 이니스프리의 호수섬 file [1] 보시리 2009-09-24 16977
151 최형심 - 2250년 7월 5일 쇼핑목록 file [2] 보시리 2008-10-13 16969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