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Jan, 2006

보시리 조회 수 3780 추천 수 0 목록


   나무가 항상 한 곳에만 서 있다고 해서
   갇혀 있다고 생각지 마라
   움직이는 인간은 담을 쌓지만
   서 있는 나무는 담을 허문다.
   날아온 오동梧桐 씨 하나
   자라서 제 선 돌담을 부수고
   담쟁이 칡넝쿨 또한 담을 넘는다.
   인간은 다투어 담을 쌓아
   그 안을 삶, 밖을 죽음이라 이르건만,
   그 안을 선善, 그 밖을 또
   악惡이라 이르건만
   모두는 원래가 한가지로 흙.
   인간의 분별은
   담과 담 사이에 길을 내서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고 하나
   나무에겐
   이 세상 모든 곳이 또한 길이다.
    
    < 담 - 오세영 >

담 .. 경계.
담을 보면 그래서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생각이 떠오릅니다.
안정과 평화로움.
혹은, 넘겨다 봄을 허락받지 못한, 차별화된 다른 세계.
담.. 안에 있는가, 담 밖에 있는가에 따라서 그렇겠네요.
안에서 보면..보호, 밖에서 보면.. 냉기.
담이 없었다면 별 관심을 두지 않을텐데..
담이 있으니, 궁금해지기도 하고..

오동씨가..담인줄 알고 부쉈을까..
담쟁이가.. 자신의 이름이 담~쟁이라서 기를 쓰고 넘었을까..
그러기야 했을라구요..
자신의 생명코드에 찍힌 삶을 열심히 살다보니..
담이 있는 줄도 모르고 허물고..
담이 높은 줄도 모르고 넘었겠지요..

새해를
두번 맞았습니다..
한국시간으로 한번..
현지시간으로 또 한번..
시간의 담을 넘겨다 보았습니다..
거리의 담도 넘겨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폴짝폴짝 넘나들었더니..
담이 귀찮았는지..납작하게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이 세상 모든 곳이.. 길입니다.

  **  황규백作 <담>


profile

머시라고

January 03, 2006
*.131.40.186

이 글을 새벽부터 제게 읽어보라고 그랬는지..
자고 있는데 방금(4시 50분), 밖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조교실 창문으로 확인해보니 사생 중 누군가 월담을 하려다 떨어진 듯,
창틈으로 보이는 사람은 등을 얼싸안고, 위층에서는 '괜찮냐?' 소리가 들립니다.
안밖을 오가며 찾고보니 꽤 취했습니다.
병원에 안 가봐도 되겠냐 물으니 괜찮답니다. 여기저기 둘러보니 외상은 크지 않았습니다.
취한 사람 붙잡고 어쩌겠습니까. 우선 재우고 내려왔습니다.
담. 함부러 넘지 맙시다!
profile

보시리

January 04, 2006
*.132.12.48

헛~~..
그래서..그 일취월장一醉越墻 사생님은.. 괜찮으시려나~??
..함부로 넘으믄 안되죠~~넘을만한 담만 넘어야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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