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Oct, 2013

문태준 - 思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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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思慕 - 물의 안쪽 

바퀴가 굴러간다고 할 수 밖에
어디로든 갈 것 같은 물렁물렁한 바퀴
무릎은 있으나 물의 몸에는 뼈가 없네 뼈가 없으니
물소리를 맛있게 먹을 때 이(齒)는 감추시게
물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네
미끌미끌한 물의 속살 속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 물을 닫고
하나의 돌같이 내 몸이 젖네
귀도 눈도 만지는 손도 혀도 사라지네
물속까지 들어오는 여린 볕처럼 살다 갔으면
물비늘처럼 그대 눈빛에 잠시 어리다 갔으면
내가 예전엔 한번도 만져보지 못했던
낮고 부드럽고 움직이는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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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갈 수록, 

몸 안의 뼈들이 줄어드는 느낌을 받습니다.

오기, 패기..

하긴, 그다지 정성스레 키우지도 않던 색깔이기도 하지만.


무얼 어찌지 않아도 물이 뼈없는 바퀴를 타고 속속들이

세상 안에 스며 적시는 모습.


샌프란시스코 바닷가의 선착장에서 바라본 한 장면이

비오던 하루, 헤매고 다녔던 베니스의 모습을 닮았다 싶었습니다.


S063714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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