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Jun, 2012

김재진 - 보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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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오래된 보일러가
기차 가는 소릴 낸다.
증기 내뿜으며 달려가는 굴렁쇠
쌀 튀밥 터지듯 커다란 소리 내며
낡아서 정겨운 것도 있다 어머니처럼.
칙 폭, 칙 폭
청량리 떠나 퇴계원
금곡 지나 대성리 가는 길이 어둡다.
얼마나 더 살아야 보일러처럼
따뜻하게 누구 하나 덥힐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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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일터에서 계속 현재의 일을 하려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지만,
그럼에도 반복할 때마다 마치 생전 처음 보기라도 한 것처럼 생경스러운 내용들,
그리고 덧붙여.. 뱀 허물 벗듯 숱하게 변화/진화되어가는 내용을 졸속으로 따라잡아
시험보는 일이 버거워, 몇날 몇일을 징징거렸습니다.

무엇이든지, 잘 알아두고 익혀두면 행여.. 살아가다가 '따뜻하게 누구 하나 덥힐 수'
도 있을 일입니다.

이 사진은 미서부 해안의 몬트레이라고 하는 작은 도시의 Old Monterey Historic town
안에 있는 '캘리포니아에서 첫 번째로 세워진 벽돌집'의 담벼락입니다.
한.. 160년 정도 되었을까요.
조금은 부서져내리는 부분도 있어서 보수를 한 흔적도 보입니다.

굳이 전체가 '가장 오래된 것'이 아니더라도, 전체가 '갓 지어진 따끈따끈한 새 것'이
아니더라도, 피차 밀어내지 않고 같이 어우러져 남아있으니, 의미가 살고 보기에 좋습니다.

오늘 시험은 생각보다 덜 좋은 결과를 받았습니다.
애초부터, 의도와 목적으로 보자면, (운전면허처럼) 일단 '당락'이 중요하고, 또
'그 내용을 내가 잘 파악하여 알고 있는가'가 중요하여, 그 선 안에서의 점수내용은
어차피 별 상관이 없습니다만, 막상 준비하면서 뜬금없는 오기를 부린 것이..
'꼭 잘 보고야 말겠다'는 듯한 경쟁적인 욕심을 일으켰고, 하다보니 괜한 허영심과
자만심이 쌓여갔습니다. 암튼, 이런 류의 유리콩깍지는 깨지기 마련이고, 끝내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탄식하고야 말았습니다. 이런.

왜 겸손하고 순하게 눈을 뜨지 못했을까.
욕심과 교만은 시야를 좁게 만듭니다.
보일러는.. 돌아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누군가/무언가를 덥히는 것이
그 존재의미입니다.

- Post test trauma를 오비양념치킨과 에스쁘레쏘 한 잔으로 무마하고 들어오던
어느 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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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리

June 26, 2012

비록, 인위적 연동이라도.. 내 글이 내 손길 없는 상황에서 옮겨져오니

연동처럼 느껴지는데요. ㅎㅎㅎ


줄간격도 좋고 전체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분위기가 편해서 좋습니다.

어허~..이르다가 방앗간과 참새..현상이 또 일어날까.. 저어되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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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시라고

June 27, 2012

제가 연동효과를 구현했군요. ㅎㅎ

글자크기와 줄간격을 미리 손보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수정해나갈 것들이 좀 많아 걱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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