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본] 홍진아·홍자람 자매
[타이핑] 황주원(보시리)님
연주회 시작 4 시간 전.
정직해제 후 복귀한 첫 날, 강건우는 내리쏟는 폭염 속에, 그날 있을 연주회를 포기한 채
낙담된 심정으로 신호등이 고장난 복잡한 사거리에서 교통정리 중이다.
그 사거리 한 편에서 강건우를 강한 눈빛으로 보고있던 강 마에(스트로). 다가온다.
강마에 : 폼이 멋진데. 내가 가르쳐준 바톤 테크닉을 여기서 써먹는 거야?
강건우 : .... (말없이 수신호만 계속한다)
강마에 : 공연날짜 하나 못 챙기는 멍청한 널 위해 말해준다면, 공연시작은 6시고,
니 솔로는 2부 첫 곡이야.
강건우 : ....
강마에 : 행복해?
강건우 : (쳐다본다)
강마에 : 고장난 신호등 대신해서 허우적거리고, 매연냄새에 찌들어가는게 행복하냐구.
아~! 물론 인정해. 사람은 누구나 제각각이라서, 돈이 최고인 사람,
김치 한 조각에 밥만 먹어도 되는 사람.
그 돈 다~ 모아서 이디오피아 난민에게 보내놔야 다리 뻗고 자는 사람,
다양하지. 옳고 그를 건 없어. 다 자기 가치에 따라 살 뿐이야.
.....그래서 넌~. 강강건우는~. 니 가치에 따라~. 지금 이 순간~. 행복하냐고.
(강건우, 대답 못하고 당혹스럽게 바라본다. 좌우에서 차들 밀리고, 강건우 서둘러 수신호 바꾸어 차들 가게 한다.)
강마에 : 하나만 물어보자. 지휘 배우고 싶다는 건?
강건우 : ... 배우고 싶었습니다.
강마에 : 근데?
강건우 : (굳은 결심의 표정으로).. 꿈으로 그냥 놔둘 겁니다.
강마에 : 꿈?
그게 어떻게 니 꿈이야, 움직이질 않는데.
그건 별이지, 하늘에 떠있는. 가질 수도 없는, 시도조차 못하는, 쳐다봐야만 하는 별.
누가 지금 황당무계 별나라 얘기 하쟤?
니가 뭔갈 해야 될 거 아냐? 조금이라도 부딪히고 애를 쓰고,
하다못해 계획이라도 세워봐야 거기에 니 냄새든 색깔이든 발라질 거 아냐?
그래야 니 꿈이다 말 할 수 있는 거지, 아무거나 갖다 붙이면 다 니 꿈이야?
그렇게 쉬운 거면 의사, 박사, 변호사, 판사.. 몽땅 갖다가 다 니 꿈 하지, 왜?
강건우 : ..........
강마에 : (보다가 속상하고. 진심담아) .. 꿈을 이루란 소리가 아냐. 꾸기라도 해보라는 거야.
강건우 : (핼쓱해지며 갈등 섞인 얼굴.)
강마에 : 사실, 이런 얘기도 다 필요없어, 내가 무슨 상관이겠어, 평생 괴로울 건 넌데.
강건우 : (본다)
강마에 : 난 이 정도밖에 안되는 놈이구나. 꿈도 없구나, 꾸지도 못했구나.
삶에 잡혀 먹혔구나.. 평생 살면서 머리나 쥐어 뜯어봐.
죽기 직전이나 되서야 '지휘~~!!' 단발마의 비명 정도 지르고 죽던지 말던지.